Intro
최근 상법 개정 이슈로 회사법1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런저런 개정안이 있기는 한데, 법률가의 눈에서 볼 때 그다지 유의미한 변화는 없고, 헌법도 천명하는 것과 같은 수정자본주의를 실현하면서 나름대로 방향을 잡아 놓은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좌우를 논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법률효과 자체가 특별히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정말 회사법을 뒤흔든 사건은 2017. 3. 23.에 일어났습니다.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의 선고를 말하는 것입니다. 변호사를 위시하여 회사법 전문가들과 30분정도 이야기를 나눠 보면 늘상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라는 말을 태연히 주고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판결은 최소한 회사법의 세계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표현을 특정 판결로 일반화시켰을 정도의,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위 전합판결의 핵심은 “명의개서”입니다. 대체 명의개서가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서는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Yes, try google it). 아래에서는 명의개서에 관한 몇 가지 사항들(Trivia – 하지만 중요하기도 한)을 언급하고, 나아가 최근 법조계에서 화제가 된 몇 가지 판결에 관하여 다시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의개서의 Trivia
- 명의개서는 일본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 제도를 수입(내지 계수)한 국가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명의개서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뿐입니다2. 명의개서에 관한 상법규정을 영어로 번역하면 “transfer of the title”이 됩니다3. 그런데 해당 단어를 다시 Google로 검색하면 외국인을 위한 한국법령위키피디아인 www.koreanlii.or.kr4 외에 유의미한 검색결과가 도출되지 않습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는가. 국가나 주(州)등 Jurisdiction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Literally, stockholder)이 주주(Stockholder)입니다. It’s that easy.
- 명의개서라는 단어는 상법에서 명백하게 새겨진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즉, 명의개서와 관련된 일반조항이라 할 수 있는 상법 제337조에 의하면, 우선 “명의개서”가 아니라 “주식의 이전의 대항요건”이라는 제목을 달아 놓고, 제1항에서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이라고 하며, 제2항에서 “명의개서대리인을 둘 수 있다. / 명의개서가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만 쓰고 있습니다. 즉, 상법상 명의개서는 “(주주명부에)명의(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한다.”라는 표현과 혼용(混用)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그 하위법령에서는 거의 “명의개서”라는 표현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는 상법 실무에서도 “명의개서”라는 4글자가 완전히 정착된 상태5입니다.
- 명의개서의 방식에 관하여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습니다. 즉, 주주명부에 기재되는 주주의 성명과 주소(상법 제352조 제1항 제1호)를 고쳐 적으면 될 뿐입니다. 물론 즉각적인 논란이 되겠지만, 예를 들어 “연필로 쓴 명의를 지우개로 지운다.”거나, “주식의 취득년월일을 누락하거나 오기한다.”거나, “이름을 영어로 적는다.”거나, “이름과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명부를 스프레드시트(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전자화시켰을 뿐6.”이라거나, 얼핏 듣기만 해도 온갖 송사가 다 얽힐 것 같은 오만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기업실무는 아예 주주명부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7이라, 명의개서의 방식이 실제로 쟁점화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그렇기 때문에 관련 법리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 Loophole을 악용할 여지 또한 너무나 많으므로, 조속히 정치한 법리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쟁점이 된 주식회사의 형식적 심사의무와 명의개서의 요건(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713 판결)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상법은 명의개서에 관하여 분명히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에 관하여서도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이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명의개서청구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를 기명주식을 취득한 자가 자신의 주주권(株主權)에 의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해석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9다89665 판결).
그런데 만약 명의개서인이 막상 기명주식을 취득 또는 반환받음으로써 점유(Hold)하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이 쟁점은 사실 주식양도의 요물성과 쌍방적 구속설의 논리충돌에 관한 본질적인 논의, 나아가 (언제나 그러하듯) 입증책임의 부담에 관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현행 대법원 판례는 주권을 교부8받지 못한 양수인이라도 그에 합당한 사유 – 대표적으로, 권리주 양도와 6개월 룰의 위반이 있다면 명의개서청구권을 가진다고 봅니다. 그런데 권리주의 양도와 기주권발행주식의 양도는 얼핏 비슷하면서도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므로, 과연 후자의 경우에도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명의개서청구권, 나아가 주주권을 가지는지, 나아가 그 합당한 사유란 무엇이고, 어떻게 입증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위 판결은 제가 알기로 이러한 쟁점에 관하여 판단한 첫 판례(Leading case)입니다. 그 판시의 골자를 요약하면, “주식을 들고 있지 않더라도 주주라는 점을 입증하면 바로 명의개서청구권을 가진다. 다만, 입증책임의 측면에서 주권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과연 어떻게 주주라는 점을 입증해야 할지는..잘 모르겠다9.”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라는 부분이 다소 실망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모든 사건을 세밀하게 판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아가 쟁점이 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판결을 하더라도 처분권주의에 위반되며 구체적 타당성을 저하할 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위 판례는 최근 논의가 활발한 주식회사의 형식적 심사의무, 나아가 충실의무와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이른바 “Stewardship Code”에 관한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현행 대법원 판례는 형식적 심사의무를 상당히 감경10해 주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조는 위 판결과 같이 선고된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18다261322 판결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생각하기에, 대법원이 이미 쌍방적 구속설을 취한 이상 회사가 주주권의 인정여부, 즉 형식적 심사의 정도에 있어서 어떠한 재량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므로11, 구체적 심사기준을 입법화하거나 또는 판례로서 체계적으로 법리화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The tunnel with no end
이처럼, 현대 회사법에서 명의개서는 뜨거운 화두임과 동시에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과연 대법원이 수정자본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정, 특히 소수설이었던 쌍방적 구속설을 전격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고를 거친 것인지, 특히 명의개서와 관련된 여러 쟁점과 기업실무에 관하여 충분히 조사하고 고려하였던 것인지12, 여러 방면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 명의개서에 관한 이론을 복원(속어로 “Roll back”)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끝없는 송사와 충돌 속에서 정보화 및 전자화된 기업실무를 양지로 끌어낸 뒤, 그에 기반하여 회사법을 적극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상게서 “상법상 주식양도제한규정에 대한 재검토, 최준선”은 결과적으로 권리주 양도 금지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다소 과격하기는 하나 이러한 의견 또한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전통시장에 가도 신용카드 1장, 아니, 스마트폰 1대만 들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실무적으로 발행하는 일조차 거의 없는 종잇조각(주권 – 주주명부도 이와 같습니다)에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권능을 부여해야 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연구,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큰 용기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합니다.
- 우리 법제에는 회사법이 따로 편제되어 있지 않으며, 상법 제3편에서 “회사”라는 이름 아래 7개의 장(章), 수백 개의 조문을 달아 놓았습니다. 사실 중요도로 보나 난이도로 보나, 상법에서 회사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 그것도 압도적 과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법제는 과거 일본법을 의용(依用 – 법조계에서만 쓰는 말입니다)하면서 시작된 것이나, 정작 그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도 이미 회사법을 제정한 상황에서, 우리 법제에서는 언제 회사법을 제정하여 편제미(編制美)와 체계정합성을 갖추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법제가 이런 식이라면 소위 판덴텍(Pandekten – 본래 로마법대전 “학설휘찬”을 의미합니다) 방식의 장점이라는 것을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 “상법상 주식양도제한규정에 대한 재검토(Review of the prohibition of the transfer of shares under Korean commercial code)”, 최준선, 한국기업법학회 2015. 9. 발간 기업법연구(企業法硏究) 第29卷 第3號 9 – 37 (29 pages) 中 초록 참조. ↩︎
-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로앤비 법률한영사전 참고 ↩︎
- 박원일 교수(경희대학교 법대)의 제안에 의하여 2010. 9. 22. 시작된 위키백과입니다(동 사이트의 안내문 http://www.koreanlii.or.kr/w/index.php/KoreanLII:About 참고). ↩︎
- Trivia의 다시 複Trivia입니다. 1) 改書라는 표현은 일본어 書き直す(카키나오스)의 동의어로, “고쳐쓰다.”라는 의미입니다. 2) 제가 조사한 바로 이 표현을 사용하는 한국어는 명의개서와 어음개서(자주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단 둘뿐입니다. 3) CaseNote(PRO)에 의하면 “명의개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판례는 1960.대에 5건, 1970.대에 10건, 1980.대에 40여건 정도입니다. 그리고 최근 10년 사이 “명의개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판례는 6,537건 이상입니다. 명의개서라는 표현은 물론 법리에 관한 논의 자체가 비교적 최근의 것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
- 전자주주명부 자체는 상법의 규정에 따라 작성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개서의 방법인데, 예를 들어 스프레드시트 위에 띄워 둔 주소를 새로이 입력(改書)한 뒤 이를 장기기억저장장치에 기록하지 않았거나, 저장한 뒤 Cloud-service에 업로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장장치를 폐기하였다면 이를 명의개서로 볼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전자기록위작죄와도 관련되어 있는 쟁점일 것입니다. ↩︎
- 상장기업은 주주명부를 만들 필요가 없고, 비상장기업들은 대부분 소유권이 다각화되어 있지 않아 주주구성의 유의미한 변화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은행이나 법원에서 제출하라고 하면 그제서야 적당히 서류를 꾸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어느 주식회사건 대표이사실에 들어가 금고를 따더라도 그 속에서 주주명부, 특히 명의개서를 마친 주주명부를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
- 주권의 교부에 관한 상법 제336조 제1항의 성질과 효력에 관하여서는 다소간의 논의가 있으나, 이를 강행규정이자 효력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권리주의 양도와는 다릅니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대체 주권을 발행하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
- 위 판결은 [다만 피고가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인 주주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주주권의 확인을 구하거나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주권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가능할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가능할 여지가 있다.”라는 것은 결국 “가능할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라는 뜻입니다. ↩︎
- 위 판례와 같이 명의개서를 청구하는 주주가 주권을 제출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서 형식적 심사의무의 대부분을 감경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
- 쌍방적 구속설은 결국 회사의 대표이사와 주요 주주(특히, 의결권 제한이나 조세부담 등의 문제로 자기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조차 어려운 정도의 주요 주주로, 자금법상의 주요주주로 한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 수면하(水面下) 연결고리(Connection)를 차단해야 한다는 이론인데, 만약 회사에서 형식적 심사에 관하여 주권제출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는 등 재량을 가지게 된다면, 이를 이용하여 다시 명의신탁자(명의신탁약정 해지 후에도 주권원상회복을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인 주요 주주 등과 사이 연결고리를 복원할 수 있으므로, 결국 그 실효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을 살펴 보면, 대법원 역시 이러한 실무적 문제에 관하여 일정 부분은 인식을 하고 논의를 마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별개의견이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비상장회사는 주주명부를 제대로 작성해 두지 않는다.”는 논조는, 실제로 “주주명부”라는 서류 자체를 거의 볼 일이 없는 실무현실에 비하면 그 맛이 순합니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