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사업과정에서 환지처분이 지연되는 경우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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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Park 아바타
Associated Expertise

*본래 본 칼럼의 관련업무분야는 “부동산”이나, 게시글 작성일 현재 BizWin은 부동산분야를 전문분야로 지정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인접한 영역인 금융을 관련분야로 표시함.


Intro

우리나라는 가히 부동산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전세가는 부동산의 투자(투기)가치를 제외한 실제 “사용가치”이다.”라는 주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공감을 얻기 어려웠으나, 최근에 와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에 편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국토에서 70여년 사이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슬프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부동산에 대한 유별난 사랑과 집착 역시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부동산 개발은 크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른바 “도정법”)에 의한 정비사업(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에 의한 주택마련 · 리모델링사업 /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방식의 입법취지나 요건, 절차, 방식 등에 관한 내용은 이미 시중에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이를 전문분야로 하는 변호사나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들도 다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이를 특별히 논의하지 아니하도록 하겠습니다(Why not just Google it?).

오늘 다루려 하는 주제는 위 방식 중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그 중에서도 “환지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의 특수한 경우입니다.

Basic instruction

도시개발사업은 크게 “수용 또는 사용”과 “환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을 드리자면, 전자는 돈을 받는 것이고 후자는 땅을 받는 것입니다. 도시개발사업은 애당초 광범위한 도시의 구획 전체를 완전히 뒤집고 바둑판같이 예쁘고 고른 도시를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업 전후로 동일한 크기나 모양의 필지가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다른 방식과는 달리 “땅 떼이고 땅 받는” 환지 방식의 개발사업이 가능1하며, 특히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구분소유된 추상적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와 달리 단독주택단지 등을 조성하는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 “새 마을의 새 땅”을 받을 수 있으므로(개별환지), 지주의 입장에서는 환지를 할 의미가 충분히 있습니다(시행자의 입장에서도 토지매입에 의한 현금경색을 예방할 수 있어, 이해관계만 잘 맞으면 이처럼 누이와 매부가 모두 행복한 방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환지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지주의 개인적 사정이나 시세의 변동 등으로 인하여 지주가 더 이상 땅을 받고 싶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이러한 경우에도 지주에게 책임을 지고 끝까지 땅을 받아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서도 다소 과혹할뿐더러 도시개발법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입니다(도시개발법은 기본적으로 싹 판을 갈아엎는 것을 선호하므로, 환지보다는 수용에 살짝 더 우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동법은 환지를 정한 경우에도 청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환지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요건에 따라서 사전청산 역시 가능하도록 정함으로써, 지주들에게 여러 방향의 Exit plan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환지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의 문제점

도시개발사업은 대규모의 사업특성상 부동산 경기를 매우 많이 타기 마련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인데, 여기에 더하여 물가상승 및 구인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시한 노동인권의 신장 등으로 인하여 부동산 시행사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시행자가 수만 평 규모의 토지의 점유를 취득하고 지상 건물 및 지장물 등에 관하여서도 명도 등 적법한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도 제대로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나아가 착공 후에도 여러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채 무기한 “유치권 행사중” 팻말만 바라봐야 하는 사정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사는 다 끝났는데 마무리가 안 된 경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모두가 함께 힘들 때에는 참고 견딜 수 있다가도 사돈이나 이웃이 잘 되면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는 법2입니다. 즉, 토지주 A와 B가 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A만이 사전청산을 하였는데, 개발사업자가 건축물을 완공하는 등 사실상 개발사업을 모두 마치고도 여러 이유3로 인하여 환지를 하지 않는 경우, B는 환지계획에 따른 자신의 환지예정지에서 건축물을 사용수익하는 등 제한된 범위내에서나마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 비하여, A는 사전청산대상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소유권을 일절 행사하지 못하는, “상대적 불평등”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제가 수행하였던 사건 중 하나는 약 100,000 제곱미터 이상의 토지에 관하여 대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도과하였고, 이미 해당 부지의 공사 및 입주가 이루어져 상권이 형성되기까지 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사전청산대상자에 대하여서는 청산금을 일절 지급하여 주지 아니함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괴로움을 겪고 계신 의뢰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마땅한 권리구제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현행 도시개발법에서는 사전청산과 관련하여 그 지급시기를 시행자의 재량에만 부치고 있습니다(도시개발법 제46조 제1항 단서). 그런데 정관에서 위와 같은 사전청산금 지급에 관하여 법과 달리 정하고 있는 조합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사전청산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청산금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환지처분이 이루어진(공고된) 후에서야 비로소 확정 및 교부된다는 것입니다. 법률 규정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1년 내에 돈이 나온다.”라는 등 시행자의 교묘한 설득에 따라 청산을 신청한 지주들은 환지처분시까지 청산금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신세에 놓이며, 나아가 사전에 청산을 신청하고 청산금의 교부 역시 이루어질 수 있게 한 도시개발법의 입법취지(다양한 Exit plan의 마련) 또한 사실상 형해화되는 결과가 됩니다.

이러한 결론은 재산권, 특히 공공수용에 대한 완전보상을 규정하는 헌법 및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결정례)에 비추어 위헌적 입법부작위로 보이며, 시행자가 이러한 입법의 흠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현금흐름 개선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지주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 최소한 이를 불법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4입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이처럼 새로운 주장을 통해 재판부를 설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 역시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나, 재판부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건이었습니다.

Justice is not just given.

현재 우리는 법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관련된 수많은 법규정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며, 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법국가의 모습을 볼 때면 법조인으로서도 자연스럽게 진나라 상앙(공손앙)의 “작법자폐(作法自斃)”나 한 고조 유방의 “약법삼장(約法三章)”과 같은 역사적 일화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무를 뛰어 보면 법의 울타리라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어렵게 세워진 것인지, 나아가 아직도 부족한 울타리를 우리 세대에서 충분히 보완하는 것이 법조인으로서의 사명이라는 점 등에 관하여서도 절실히 느끼고는 합니다. 위 사건의 의뢰인에게는 만족적 결과를 안겨 드리지 못하였지만, 추후 이러한 노력과 피가 쌓이고 얽혀 보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이와 비슷한 입법취지를 가진 농어촌정비법 역시 환지 방식에 의한 정비사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포인트가 “건물 및 대지”인가, “농지”인가가 핵심적 차이일 뿐입니다. ↩︎
  2.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 J. Stacey Adams는 1963.경 이러한 인간의 심리에 관하여 “Equity Theory of Motivation(공정성 이론, 형평성 이론)”이라는 이론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그 요점인즉슨, 직원의 동기부여는 절대적인 급여나 후생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이나 타 직장 직원의 그것에 비교하여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현대 경영학 또는 심리학 교과서에서 늘상(통상 ‘매슬로우 5단계 욕구이론’ 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권위있는 이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3. 아이러니컬하게도 개발사업자가 환지처분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청산금의 지급의무에 따른 자금회전의 부담이기도 합니다. ↩︎
  4. 법무법인 강산, “[보상/재건축] 환지방식에서 불환지 토지에 대해 사전청산 가능여부“, 한국경제신문 “The pen” 2016. 6. 4. 기고분 역시 유사한 견해입니다(물론 위 법무법인의 견해가 BizWin보다 시간적으로나 전문성으로나 훨씬 더 앞서 있으며, BizWin의 견해 역시 위 법무법인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참고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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