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명령제도의 몇 가지 쟁점

Posted by

·

, , ,

Managing Expert
Joseph Park 아바타
Associated Service

Intro

지급명령제도는 1960. 민사소송법의 제정 당시에서부터 존재하던 대표적인 독촉절차입니다. 지급명령절차는 재판상 청구, 즉 민사소송에 비하여 송달료 및 인지대가 매우 저렴하며, 원칙적으로 아무런 입증책임을 다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청구 자체가 금전지급 외의 급부(부동산명도 등)를 구하는 것이거나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닌 이상 지급명령을 내어 주게 되어 있고(다만 실무적으로는 소명을 명하는 보정명령을 내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송달에만 성공하면 2주 후(실제로는 확정된 지급명령결정정본을 수령해야 하므로 조금 더 걸립니다)에는 집행권원을 확보하여 소송에 의한 확정 또는 가집행부 판결문과 동일하게 상대방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에 나아갈 수 있으므로, 얼핏 보기에는 이처럼 편하고 “가성비”가 좋은 제도도 없을 것입니다.

지급명령이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 태생 자체가 당사자주의 및 변론주의, 자유심증주의에 입각하여 사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거치는 민사소송(또는 그에 준하는 이념에 입각한 신청사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독촉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지급명령은 비록 그 발급주체가 법원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법원의 심리 및 판단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것이어서 아무런 공신력이 없고, 다만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채권채무관계에 있어서 채권자로 하여금 간이하고 용이하게 채무자의 재산에 법적 조치를 취하게 하여 주는 제도일 뿐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지급명령을 구하는 채권자에게는 입증책임이 부과되지 않고, 반대로 채무자에게도 아무런 요건 없이 이의신청권한이 부여되며, 그 명령 내지 결정 역시 법관의 자격이 없는 사법보좌관이 할 수 있고1(즉, 조문상 법관도 지급명령을 내릴 수 있으나, 실제 법관이 이를 발령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결정에 기판력 역시 주어지지 않으므로, 추후 청구이의의 소를 통하여 집행력을 없애거나, 본안에 관한 소(채무부존재확인청구 등)를 통하여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결론 역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급명령은 민사소송에 비하여 매우 저렴하고 간이하며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그 자체로서 재판상 청구의 대체재(Substitutional goods)가 될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다만, 지급명령은 소송상의 청구와 동일하게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168조 제1호, 동법 제172조), 이 점에서는 청구의 대체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으로는 지급명령신청을 민사상 소제기에 준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합니다.

Photo by Cytonn Photography
채무자의 신상정보를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급명령신청은 상대방에게 송달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하면 비로소 확정되고, 확정된 이후부터 집행권원(옛날 말로 ‘채무명의’)이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하여 적법하게 송달이 되지 않으면 애당초 14일의 기한이 시작되지 아니하므로 확정 또한 될 수가 없습니다.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법원에서는 채무자의 주소를 보정하라는 보정명령을 내어 주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보정명령을 받으면 이를 이용하여 채무자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만 발급이 가능하나, 주민등록법 제29조 제2항 제2호는 “관계 법령에 따른 소송ㆍ비송사건ㆍ경매목적 수행상 필요한 경우”라면 제3자에게도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항, 동 규칙 별표 1 4.호는 위 경우에 [가. 주소보정명령서, 주소보정권고 등 사건관계인의 주소를 알기 위해 법원에서 발행한 문서, 나. 법원 판결문 또는 공정증서 등과 강제집행 등의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법규에 따라, 채권자는 법원이 발급한 주소보정명령서를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여 채무자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발급받은 뒤,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 송달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주소지변경, 특별송달, 공시송달4순으로 시도해 볼 만하며, 이렇게 해도 송달이 안 된다면 어차피 소송을 해도 송달이 되지 않아 집행권원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만일 송달이 이루어진다면 확정이 되기를 기다려서 압류 등 강제집행에 나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고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피고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전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소송과 달리, 일방적인 독촉절차에 불과한 지급명령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사법기관이므로 국민들에 대한 기초적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인천 중구 신흥동 100″에 사는 “김철수”를 채무자로 특정하여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별도의 확인 없이 해당 주소지로 “김철수”를 특정한 지급명령을 송달시도하며, 송달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다시 해당 주소지만으로 “김철수”를 특정한 보정명령을 내어 주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에 대한 정보를 보유한 기관인 행정부(행정복지센터)로서는 국가가 보유한 수천 명의 “김철수” 중 법원이 특정한 “김철수”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보정명령에 기재된 김철수의 주소인 “인천 중구 신흥동 100″과 행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수천 명의 “김철수”들의 과거 주소 변동내역 데이터를 비교(Cross-check)하여 중복이 되는 값을 이용해 채무자 “김철수”를 특정하게 됩니다(물론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다면 이러한 절차 없이 곧바로 특정이 됩니다만, 채무자의 주소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만을 아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만약 채무자가 월세를 살면서 해당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사기를 칠 요량으로 채무자에게 허위의 주소를 알려 주었거나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과거의 주소변동이력과 성명 사이 매칭이 될 수가 없고, 행정부 역시 “지급명령 보정명령서에 기재된 “김철수”가 수천 명의 동명이인 중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발급하여 주지 않고, 채권자로서는 이후의 지급명령절차를 전혀 진행할 수 없게 됩니다.

한편, 이와 같은 문제는 어쩌어찌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이 송달된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채권자가 적당히 알고 있던 주소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채무자에게 송달되고, 채무자의 이의가 없어 지급명령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집행단계에서는 집행채무자와 채무자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법원 또는 집행관사무실에서는 “지급명령상의 채무자로 특정된 김철수와 인천 중구 신흥동 100 지상에 야적된 컴퓨터 상품들의 소지자인 김철수가 같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강제집행에 나아가 주지를 않습니다5. 두 사람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하려면 실무적으로 주민등록상의 주소지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해당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주민등록표에 의하여 입증이 됩니다. 결국, 주민등록표를 받을 수 없다면 집행권원인 지급명령정본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위와 같은 문제는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는 이른바 ‘사실조회’ 실무제도가 정착되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공무소 등에 사실을 용이하게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각 통신사를 조회할 기관으로 하여 휴대전화번호와 이름을 특정하며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등을 회신받는 방법이 있고, 그 외에도 사업자등록번호 및 사업장주소지를 이용하여 국세청에 조회를 한다거나, 계좌번호를 이용하여 은행 또는 금감원 등에 조회를 한다거나, 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법인의 등기임원 등이라면 등기소나 국토교통부 등에 조회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할 수 있고, 성공율 또한 높은 편입니다(이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이미 정상적인 사회인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사기의 혐의로 고소를 한 뒤, 수사기관을 통하여 신원을 확보하고, 해당 신원정보에 대하여 사실조회를 하는 방법을 사용할 만합니다. 만약 이렇게 해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법적으로 채권을 회수하기는 어렵고, 채권회수업체나 사설탐정 등을 통하여 법적 절차 외의 방안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급명령은 소송이 아니라 독촉절차에 불과하므로, 민사소송법 제294조에 의한 증거조사방법(사실조회 등)이 불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은 이러한 경우 지급명령신청을 소송으로 이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급명령절차를 소송절차로 이전한다면 지급명령제도의 이점인 신속성과 간이성, 경제성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 되며, 지금까지 진행하여 온 독촉절차 또한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는 단점이 발생합니다. 물론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매몰비용(Sunk cost)에 대하여서는 더 이상 고려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과 함께 감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따라서 변호사로서는 고객의 감정적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서든 지급명령절차를 살려 낼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개시된 지급명령절차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민사소송의 증거조사방법을 사용하는 “꼼수” 중 하나는 바로 지급명령의 경정신청입니다. 즉, 지급명령은 독촉절차이기는 하나 그 결정에 대하여서는 판결에 준하여 경정신청6이 가능한데{해당 사건은 지급명령신청사건과는 별도의 신청사건이므로, 새로운 사건번호(통상 ‘카기전’)가 부여되며, 담당재판부 역시 변경됩니다}, 이러한 경정신청에 의하여 새로이 시작되는 경정절차는 더 이상 독촉절차라고 볼 수가 없으므로, 소송에 준하여 사실조회가 가능7합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어디까지나 편법에 불과하며, 법원의 재량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사실조회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급명령제도는 어디까지나 채무자에 대한 기초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신속하게 이를 독촉하기 위한 절차이며, 그러한 정보가 없다면 재판상 청구를 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지급명령신청을 통하여서도 소정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수도 있고, 그 결과는 담당변호사 및 담당사법보좌관, 실무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뭔가 결론이 모호한데, 역시 어려운 쟁점일수록 결론이 쉽게 나지 않기 마련입니다(그래서 이러한 쟁점을 칼럼으로 작성하는 것이겠지요. 다시 강조하여 말씀드리지만, Loophole을 먼저 장악하는 자가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선점합니다).

산입소송비용과 법무사서기료

민사소송법 제464조는 “지급명령의 신청에는 그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98조는 패소자소송비용부담주의를, 동법 제109조 제1항는 대법원규칙(그 유명한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입니다.)에 의하여 소송비용을 결정할 것을 다시 각각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법 제104조는 “법원은 사건을 완결하는 재판에서 직권으로 그 심급의 소송비용 전부에 대하여 재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사소송법에서는 ‘재판’의 종류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이를 “판결, 결정, 명령”으로 3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관련하여 대전지방법원 2015. 1. 23.자 2013라896 결정은 “지급명령은 사건을 완결하는 결정·명령에 해당하여 지급명령을 할 때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부담(소송비용부담의 오기로 보입니다)의 재판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마치 지급명령에 관하여서도 소송에 준하는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지급명령에 관하여서도 민사소송에 준하여 변호사보수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는, 지급명령 발령시 “법무사서기료” 및 “제출대행료”, 기타 인지대 및 송달료만을 비용으로 산입하고 있을 뿐, “변호사보수”는 이를 위 서기료 상당 외에 별도로 산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법무사서기료의 및 제출대행료의 기준은 민사소송비용법 제3조, 동법 시행규칙(민사소송비용규칙) 제2조 제3항, 대한법무사협회의 법무사 보수기준에 의하여 정해지고 있는데, 대행료는 40,000원으로 정액이고, 서기료는 기본적으로 560,000원(이 또한 2024.부터 증액된 금액이며, 그 이전에는 400,000원이었습니다)부터 시작하면서 소송물가액에 의하여 소액씩 증액되고 있어, 변호사보수에 비하면 차이가 상당합니다. 따라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고액의 수임료를 요하는 변호사를 선임하기가 부담스럽고, 소송비용의 부담을 통하여 채무자의 임의변제를 압박하는 통상적 전략 또한 사용하기 어렵게 됩니다.

지급명령은 태생이 독촉절차이므로, 소송절차와는 그 비용의 산입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급명령제도 자체에서 소송비용에 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채 그 “신청”에 관하여서 “그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소에 관한 규정만을 준용한다고만 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비용법은 대한법무사협회의 법무사 보수기준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만 서기료의 수액을 정할 뿐이므로, 결국 지급명령신청시 변호사보수를 산입할 수 있는지, 산입한다면 그 한도는 얼마인지에 대하여서는 현행 법구조상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사실 위와 같은 제도하에서는 법무사가 아닌 변호사의 선임료가 왜 지급명령에 포함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관행적으로 지급명령신청은 소액사무로서 주로 법무사가 처리하여 오고는 하였으며, 그러한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점이 위처럼 법령을 정비하지 아니한 채 법무사서기료 상당액만을 인정하게 된 연유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급명령제도의 장점은 고액의 법률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며, 그 불이행시 자동으로 이전되는 민사소송에 관하여서도 One-stop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가 이를 처리하는 것 역시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법무사 서기료 상당의 변호사 보수만을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현행 실무관행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물론 당사자를 신문하지 않는 지급명령제도의 특성상 통상의 소송에 준하는 변호사 보수를 모두 인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비용산입에 관하여서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이해관계 조절을 통하여 명쾌한 기준을 법규화할 필요가 있츨 것이며, 그러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지급명령제도 역시 더욱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So…

위처럼 지급명령제도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면서, 동시에 민사소송에 비하여 아직까지 다소 미완성된 제도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법률실무를 수행하다 보면 얼핏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생각되던 법체계가 그 실상은 아직 허술하고, 그 내용이 보다 정치하게 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외관상 매우 단순한 원리로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한 우리 사회의 면면들이 이를 속속 들여다보면 극도로 정교한 체계하에 상호작용하고 있어서, 일응 복잡해 보이는 여러 법규들을 통하여서도 이를 차마 다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 故 Steve Jobs씨도 즐겨 인용한 명언과 같이,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에서 비로소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1. 2005. 7. 법원조직법 개정 및 사법보좌관규칙의 제정 전에는 법관이 지급명령절차까지 모두 처리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촉절차에 불과한 지급명령을 구태여 재판에 준하여 법관이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합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법관의 수와 보수가 부족한 우리 법조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사법보좌관제도가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제한한다고는 볼 수 있더라도, 침해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
  2. 이 점에 대하여 조금 더 연구하면 – 지급명령신청이 민법 제168조 제1호에서 말하는 청구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서는, 민법에서 이를 명백하게 정하고 있지 않다 보니, 다소간의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일단 우리 대법원은 2011. 11. 10. 선고 2011다54686 판결에서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근거는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고 이로써 시효제도의 기초인 영속되는 사실상태와 상용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인데, 그와 같은 점에서 보면 지급명령의 신청은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재판상 그 실현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소의 제기와 다르지 않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지급명령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청구”에 준하는 것으로 유추해석하였습니다. 이러한 법해석의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본질적으로 민법의 개정이 너무나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민법은 로마법에 뿌리를 둔 매우 전통이 깊은 법학이며, 모든 법조문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통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법학자가 얼마 존재하지 아니하여, 이를 개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 위 내용도, 민법 제168조 제1호의 “청구”를 “재판상 청구. 다만 지급명령신청, 소송상 상계의 주장, 소송고지를 포함한다.”로 바꾸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기는 합니다만,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리의 충돌과 모순의 위험성이 크기에, 쉽게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Long story short, 현행 대법원 판례하에서 지급명령신청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
  3. 참고로, 현대 우리 민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민법에 의하면, 지급명령은 이른바 권리추급행위(Rechtsverfolgung)의 일종으로서 소멸시효의 정지(우리 민법의 중단과 유사)사유로 규정되어 있습니다(BGB §204). 2002년 이전에는 독일 민법 역시 권리추급행위를 포괄적으로 시효의 중단사유로 보았으나, 현재는 이를 시효의 정지사유로만 보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볼 때 권리추급행위를 통하여 소멸시효를 무한정 연장시키는 문제(특히, 판결의 경우 10년씩 연기되어 단기시효채권의 의미가 없어집니다)가 있다는 점에서, 독일 민법의 개정은 우리 법제에서도 참고할 만 합니다. ↩︎
  4. 민사소송법 제462조에서 공시송달의 경우에는 지급명령을 발령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이는 결국 동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제기신청 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
  5. 민사소송법 제468조에 의하면 지급명령에는 채무자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며(다만, 송달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우편에 의하므로, 통상 채무자의 주소는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동일한지를 불문하고 들어가게 됩니다), 민사집행법 제58조 제1항에 의하면 확정된 지급명령에 의한 집행에는 집행문을 별도로 부여받을 필요가 없기는 하나, 이 경우에도 집행문에 채권자 및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가야 하므로(민사집행규칙 제20조 제2항 – 문리적 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해당 규정은 집행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20가단7529 판결은 지급명령에 대하여서도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였으며, 집행관사무소의 실무 역시 이와 같습니다), 결국 확정된 지급명령서 자체에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라면 추가적으로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
  6. 판결의 경정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11조가 준용되는 것으로 보이나, 민사소송법 제464조는 “지급명령의 신청에는 그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명령의 경정에 관하여서도 이를 준용할 만한 근거로 삼기에는 마땅하지 않습니다. 일단 대법원은 1993. 7. 15.자 93그28 결정 등에서 “지급명령에 오류가 있는 것이 법원의 과실이 아닌 당사자의 과실로 인한 경우에도 그 오류가 명백하면 지급명령을 경정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지급명령의 경정권한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급명령 역시 판결에 준하는 집행권원인만큼 그 경정 또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해당 준용에 관한 규정체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7. 다만, 사실조회라는 제도 자체가 실무적으로 정착된 것이며, 민사소송법 제294조는 그 자체에서 적용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는 각 규정에 의하여 사실조회의 가능 여부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민사집행법에서 규정하는 보전처분신청(가압류, 가처분 등 이른바 ‘보전소송’)의 경우, 민사집행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준용되는데, 실제로 사실조회를 신청해 보면 사건의 내용 및 법원의 실무관행에 따라 이를 받아주기도 하고, 받아주지 않기도 합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